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발표된 보고서의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부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야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뽑아 뉴스의 클릭수를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보니, 보고서의 목적은 저 멀리 던져 버리고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는지를 알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합니다.
한은이 발행한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AI가 여러 분야의 고용 및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를 위하여 AI에 관한 법적 규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신박한 결론은 보지 못하였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분석 자체가 조금은 단순한 직업 분류에 기초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의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교수이자 의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교수이자 근로자인 의사가 과연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되어야 하는지를 쟁점으로 다루는 소송이 현재 치열하게 진행 중입니다).
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업무일까요?
아니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주 업무일까요?
아니면 연구하면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주 업무일까요?
당연히 세 가지 전부가 주 업무입니다.
게다가 병원과 학교의 행정적인 업무도 부수적으로 혹은 주된 업무 중 하나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변호사는 어떨까요
요즘에는 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변호사로 업을 이어가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죠.
미국 리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로스쿨 교수가 로펌을 운영하는 것을 자주 보았을 것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우리나라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가 로스쿨 교수로 임용되어 있는 경우가 전폭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 사람들도 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주된 업무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이해가 빠른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자신이 속한 직업에서 파생된 또다른 직업을 투잡, 쓰리잡으로 영위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지난 번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한 순다르 구글 CEO의 예측입니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많은 정보들은 사실 누구나 찾아보면 알아낼 수 있고, AI가 충분히 조합해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멀지 않은 시점에 AI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오히려 AI의 등장으로 변호사 수는 증가하고, 어시스턴트 같은 직원들은 점차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변호사 수가 급증하다보니 굳이 지금과 같은 사무장들이나 브로커들이 설 자리도 없게 될 것입니다.
로톡을 비롯한 증가하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반대하는 세력이 변호사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한 지점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던 법률 서비스 시장(브로커에 관한 최근 수사 뉴스를 본 분들은 이 부분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조금 정돈되는 정방향 요소가 예측되네요.
반면 단순 업무를 수행하던 법률 시장의 일반 종사자들의 실직 우려가 예측되고요.
고도의 창조적인 분석 업무를 할 수 없는 변호사들은 지금과는 달리 단순 서류 검토 업무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도 예측됩니다(그런 변호사들의 임금은 당연히 낮겠죠).
AI가 미치는 고용 및 임금에 관한 영향은 이처럼 법률 시장과 관련하여 간략하게 예측해 보아도, 단순 직업군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군의 대체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각 분야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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