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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검정 고무신과 저작권 양도 계약

by 지경공유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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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에 관한 1심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저작권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검정고무신 작가 고 이우영 씨와 형설앤출판사 사이의 법정 다툼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 이에 관한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논문 주제로도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실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계약 조문이라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맺어질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크게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구체적인 권리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그 권리들이 또 어떠한 권리들을 구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는지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검정고무신의 '기영이, 기철이'에 관한 캐릭터에 관한 권리인데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애니메이션과 분리하여 그 자체로 상품화하여 인형도 팔고, 이모티콘도 팔고, 전혀 다른 작품에 출연도 시키는 등의 다양한 상업화 활동을 하는 권리가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자인 작가에게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련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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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기에 단순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이에 관한 의견이 대립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우선 동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독자적인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부터 의견이 대립합니다.

동화책의 스토리와 무관하게 캐릭터가 저작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이죠.

'기영이'라는 캐릭터를 검정고무신의 스토리와 분리하여 본다면 그 자체로 저작물로 볼 수 있는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표권 등 다른 지적재산권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에 관한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권리의 범위 등에 관하여는 더욱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작권자와 저작권을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회사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꼭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항상 문제의 시발점이 되고는 합니다.

검정고무신 사안에서도 역시나 이와 같은 조항이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투자자가 사업화에 관한 위험을 대부분 부담하니 이런 조항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회사 편을 드는 입장이 존재하고, 이를 이용하여 일체를 양도한다는 조항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게 됩니다.

대부분 가난한 저작권자들은 이러한 조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에 관한 저작권이 인정되더라도 '기영이'라는 캐릭터에 관한 권리가 회사에게 모두 넘어간 것이 아닌가라는 쟁점에 관한 검토를 필요로 하게 만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1심법원은 계약의 무효에 관한 주장은 배척하였지만, 신뢰관계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 주장은 인정하여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권은 유족들에게 돌아간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판결문을 입수하지 못하여 구체적인 내용은 판시 사항을 확인해 봐야 알 것 같지만,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 조항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보아 이런 형태의 계약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지도교수님이 본인은 이따금 저작권을 애증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고 표현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고 이우영 작가님이 부디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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