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제144조는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조치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44조(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조치)
①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④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명령을 받고도 제1항의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
⑤ 제4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나홀로 소송을 하는 당사자가 자꾸 이상한 행동으로 하여 정상적인 재판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이 되면, 당사자에게 더이상 재판정에서 말하지 말 것을 명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러한 법원의 결정에 응하지 않으면 소 자체를 패소시킬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에는 결론과 상관없이 감정적으로만 다투는 사건들도 있습니다.
소송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물어물어 증거도 제출하고 나름 흉내도 내면서 의견서도 작성해서 제출해보지만, 결론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상대방을 열받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재판장은 매우 조심스럽게, 혹은 강경한 태도로 이런 식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으니 변호사의 상담을 받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다면 법률구조공단이라도 방문하여 볼 것을 권고합니다.
대부분의 당사자는 재판장의 권유를 따르곤 합니다.
하지만 심지가 매우 곧은(!) 당사자는 다음 기일에도 싸우자는 의지를 결연하게 내비치며 상대방을 열받게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출석합니다.
법원은 안타깝게도 민사소송법 제144조를 쉽게 거론하지 못합니다.
미국의 주법원이라면 당장 날려버리고도 남을 상황이 이따금씩 벌어지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관대하게 응하는 편입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23. 12. 14.자 2023마6934 결정은 민사소송법 제144조를 적용한 원심의 결정이 잘못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가 찾아본 결과로는 민사소송법 제144조에 관한 유일한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아무리 당사자가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따르지 않거나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내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나름 준비하여 제출하는 등 자신의 주장 책임 등을 다하고 있다면, 민사소송법 제144조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죽했으면 하급심에서 민사소송법 제144조를 적용했을까 싶지만, 대법원은 명확하게 민사소송법 제144조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여 해석하고 있습니다.
법리적으로 매우 타당하지만, 어쩔 수 없는 법원의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결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소송을 하다보면, 분쟁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싸우는 데에만 목표를 두는 경우를 마주하고는 합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조타운을 돌아다니다보면 전투력에 가득찬 사람들의 표정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감정이 상하였더라도, 전투는 보다 냉철하게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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