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불신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기사입니다.
한 정치인이 2021년 11월 형사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하여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문제는 해당 정치인의 주장은 형사소송 중 정말 많은 사람이 하는 주장이라는 점입니다.
자동차를 실제 누가 운전하고 있는지를 바깥에서 촬영하여 식별해내는 것은 고도의 정밀한 장비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운전자 바꿔치기라는 수법으로 기사화되기도 하고, 일단 차량에서 내려 도망가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소유 차량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 그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원칙적으로 차량 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관련하여,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라는 용어로 설명이 됩니다.
자동차를 도난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자기 소유 차량은 자신이 운전한 것과 같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법원은 차량을 소유자 외의 사람이 운전하였다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이상 자동차는 소유자가 운전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당 정치인이 정말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의제기 방식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확정 판결에 대하여 아무런 증거 없이 법원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는 불신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세력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법원은 사후적으로 당사자가 제출한 기록에 의하여 과거 일을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추측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관한 법리가 그래서 항상 어려운 영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합리적인 추측의 범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에 관한 판례를 형성하고, 3심제에 의하여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내려진 확정 판결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을 변호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재심 제도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절대로 모든 것을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그 모든 논쟁에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을 바라보는 지지 세력을 믿고 사법 불신을 선동하는 듯한 억울함의 호소는 그 변호할 권리의 범위를 조금은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정치인이라면, 입법부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면, 삼권분립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무게, 국민의 국가권력에 대한 신뢰 확보 문제 등 다양한 부분을 고민하면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사법 불신이 매우 걱정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개 변호사지만 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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