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 소식이 있었습니다.
꽤나 중요한 소식이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시안게임 야구 중계를 끊고 실시간으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가결 여부에 관하여 뉴스 편성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참고로 야구 중계가 끊긴 것에 대하여 분통을 터뜨리던 1인이었습니다ㅎㅎ)
물론 국민들에게는 야당 대표인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러한 사법부의 수장을 정하는 문제였으니 꽤 흥미로운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치열한 정쟁의 결과물이라고 언론에서 홍보(?)를 하니 더욱 그러하겠죠.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법원에서, 검찰에서, 변호사업계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를 지켜보게 됩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당연히 직장 대표자가 바뀌는 것이니 각종 문제에 관하여 예민해질 것입니다.
재판 진행 속도, 각종 인사 문제(지방 근무 연한, 승진 문제, 해외 연수 문제, 업무 평가, 업무 강도...) 등 여러가지 직장인들로서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장이 늦게 임명되어 지방에 근무하는 법관들은 예정된 시기에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지 못할까봐 법원행정처에 불이 나게 전화를 하진 않을까 궁금하네요.
법관도 직장인으로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에게는 대법원장의 성향에 따라 법원의 향후 재판 속도(여기에는 증인 채택 여부 등 의뢰인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재판 진행 관련 이슈들이 많습니다), 차기 대법관들에 대한 지명 성향, 그로 인한 재판 결과 예측 및 대응 방안 검토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특별히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이 된 듯 합니다.
판결에 대한 비판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대법관들도 자신들의 학문 활동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재판 외에서도 각종 연구를 통하여 쟁점들에 관하여 논문, 칼럼 등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에 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법관이 누가 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김선수 대법관의 대행 순서까지 검토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 하는데, 문제는 권한대행자인 법원행정처장 안철상 대법관도 내년이면 퇴임하게 된다는 것이죠.
한 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우선 후보자 25명을 추립니다.
각종 추천을 받아 사전 검토를 거쳐 25명을 추린 뒤 25명에 관한 가족, 재산, 업무 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25명 중 3명 정도를 추려서 최종 임명 후보자를 지정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는 것 같습니다.
(잡설이지만 이균용 씨도 차기 대법관 후보에 단골처럼 이름을 올리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도 국회는 정쟁에 휘말려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오석준 대법관이 임명될 때에도 4개월 가량의 업무 공백이 있었습니다.
대법관 한 명에게 할당된 사건수를 생각해 볼 때, 엄청난 재판 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대법관들에게(거기에 속한 재판연구관들을 포함하여) 업무의 과중한 부담이 안겨졌을 것이고요.
누군가는 그로 인해 내가 납득하지 못한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닌가 불신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재판에는 그 어떤 핑계도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재판에서 지고 나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자꾸 되물어 봅니다.
의뢰인들은 얼마나 밤잠을 설치면서 그 생각만 하게 될까요.
적어도 재판 외적인 사정으로 불신하게 되진 않았으면 합니다.
국회에서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처럼 대책없는 형태의 정쟁에 따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가 된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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