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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절차와 경험

임차인 나가는 것을 조건으로 한 매매계약 관련 판결

by 지경공유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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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이 나가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2023년 말 흥미로운 판결을 또 선고하였습니다.

2023. 12. 7. 선고 2023다269139 판결입니다.

 

정말 많은 사안입니다.

매수인이 실제 거주하기 위하여 아파트를 사려고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아파트에는 임차인이 거주 중이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도인이 잘 구슬렸는지,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확인서도 작성하여 주었습니다.

그것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잔금 수령과 동시에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교부하고 등기절차에 협력하며, 위 부동산의 인도일은 2021. 4. 22.로 한다", "실제명도는 2021. 12. 6.로 한다"

 

위 내용대로 매수인은 잔금 지급일인 2021. 4. 22.까지 잔금을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채무불이행라고 하며 매매계약을 해제하였습니다.

아마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니까 매도인이 배짱을 부린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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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매수인의 잔금 미지급이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2심법원은 매수인이 잔금을 미지급한 것이 부당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매도인이 아파트를 매수인에게 비어있는 집을 넘겨줄 수 없을 가능성이 발생하였으므로, 이런 상황에서도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공평과 신의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제로 매도인이 해제권을 행사할 때까지도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행사를 철회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심법원에서 매수인의 잔금 지급의무 이행 거절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 등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전 포스팅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다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실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고 나서 내가 앞으로 실거주할 것이니 임차인에게 나가라고 하면 됩니다.

매도인이나 2심법원도 이러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약속을 아예 저버리는 주장입니다.

언뜻 보면 매수인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니 잔금을 지급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전 포스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매우 정교하게 법원에 입증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행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제발로 나가지 않는 한, 소송을 통해서 임차인을 나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매수인이 그때까지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여 발생할 모든 손해는 매수인이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입니다.

 

애당초 매수인이 이러한 모든 위험을 부담할 것이라면 매도인에게 임차인의 사실확인서까지 받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매수인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소유권자가 되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이 부분에 대한 위험은 매도인이 먼저 해결해주기로 했다면, 당연히 매도인이 이를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매도인이 잘못한 것이므로 매수인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한 것이겠죠.

 

그래서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는 불안의 항변권이라고 하여,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은 상태가 발생하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2심법원이 매수인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궤변에 불과한 것입니다.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려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면 이를 잘 아는 변호사와 상담을 거치고 나서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은 메일로 하여 주세요(주소는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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