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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의뢰인의 자존심이 경찰 조사에 주는 영향

by 지경공유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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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당하여 의뢰인과 경찰조사에 동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조금이라도 불리한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행하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략을 짭니다.

왜냐하면 횡령, 배임, 사기 등과 같은 범죄는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죄가 성립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내용에 따라 당연히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에 대한 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근로자 중 한 명인 A에게 내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경험 많은 자네가 부대표 직함을 맡아서 회사 일을 알아서 좀 처리하고 나에게 보고해달라고 지시하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문제는 A가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 수당을 임의로 책정하여 수령한 다음 퇴사하였는데, 회사의 대표가 이를 알고 A를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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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매우 억울해 하면서 사건을 의뢰하였습니다. 

A는 자신이 회사의 부대표를 맡아 모든 권한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였기 때문에, 법인카드도 업무 관련하여 사용할 권한이 있었고, 월급을 책정할 권한도 있었다면서 상식적으로 자신이 시간외 근로수당을 받아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냐는 항변을 한참 동안 하였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저는 A에게 '회사의 근로자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사실상 대표라고 생각하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A는 사실상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답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야간수당을 받나요?'

갑자기 A는 당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A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기본급과 성과급으로만 임금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복잡한 법적 쟁점이 있기 때문에 단언하여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A가 근로자라면 시간외 근로수당을 받을 법적 권리가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금액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죠.

그래서 경찰 조사에서 근로자성을 강조한다면, 불송치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실제 사건에서도 제반 사정이 고려되어 불송치결정을 받았습니다).

 

만약 A가 경찰 조사에 혼자 참석하여 자신이 고소를 당한 것이 억울하고,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권한이 다 있었기 때문에 일한만큼 스스로 초과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수당을 책정하여 받아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술하였다면 경찰은 A의 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였을까요

심지어 A가 내가 사실상 대표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하였다면 경찰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횡령, 배임, 사기 등 경제 범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불법행위와 맞닿아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에서도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잘못했으니 모두 형사처벌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존심으로 인해 자신에게 권한이 매우 많다는 식으로 능력을 강조하게 될 경우, 형사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애매하면 변호사와 상담을 꼭 거쳐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질문은 메일로 하여 주세요(주소는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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