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사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검사가 항소하여 매우 걱정이라는 의뢰인들을 많이 만납니다.
특히 검사가 항소하였기 때문에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겁을 주는 사무실에 상담을 다녀온 경우에 그러합니다.
수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무실일수록 의뢰인에게 저런 형식의 공포를 조장해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곤 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하여 형이 더 무거워지는 사례가 각 재판부마다 1년에 몇 건 정도 될까요?
보통 전문용어(?)로 올려치기라고 얘기하는데요.
재판부가 1심법원이 선고한 형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지나치게 약하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1심법원의 형보다 높게 양형을 정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1심법원이 정한 양형은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실제로 1심법원이 사건을 정리하고 모든 증인들을 대면하고 그에 관한 심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1심법원이 양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벌어지기는 합니다.
가치관의 차이, 처음으로 재판장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양형에 대한 감이 없는 이유 (특히 부장판사로 일하게 된 첫 해에 중한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형사합의부 재판을 맡는 경우 양형에 관하여 헷갈리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등등 각종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원 내부에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혼란의 시기(?)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아주 길어야 1년일 것입니다.
결국 1심법원의 양형이 간혹 너무 약하다고 하더라도 2심법원이 이를 올려치는 경우는 각 재판부마다 1년 기준으로 볼 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확히 통계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5% 를 상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검사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항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죄로 선고된 경우에는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항소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양형에 관하여만 의견이 다를 경우에도 검사가 항소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법원이 선고한 형이 검사의 구형보다 일정비율 이하로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가 강간 사건에 대하여 징역 5년을 구형하였는데 법원에서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검사의 구형 대비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은 40% 이하에 해당합니다.
50%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면 검사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검사의 구형은 법원을 전혀 구속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와 같이 검사가 아주 의미심장한 말투로 구형을 하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려할 것 같지만, 그 어디에도 검사의 구형이 법으로 요구되는 절차라거나 법원에 대한 구속력이 있다고 규정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네 알겠습니다' 정도로만 응답할 뿐입니다.
하지만 검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판단으로 구형한 것인데 일정 비율 이하로 법원이 선고할 경우 자신의 판단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검사는 거의 기계적으로 항소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이 어느정도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제가 들은 비율이 매번 달랐기 때문에 딱 이 정도 비율이면 항소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40% 이하로 반영되었을 경우 항소하는 비율이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들어 항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간 사건을 예로 들어볼까요.
검사가 반드시 그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요즘에는 형사사건의 피해자에게 1심 결과를 알려주고 항소할지 여부를 물어보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용납하지 못하는 결과를 검사가 방치했다는 비판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보는 경우도 생긴 듯 합니다.
무조건 찬성은 아닙니다만, 분명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의 경우는 구형에 미치지 못한다면 항소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시작 페이지를 도배할 만한 흉악한 살인 사건의 범죄자에게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였음에도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하였다면, 아마도 검사는 다시 항소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사형과 징역형은 비율로 따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사건이므로 1심의 판단만으로 더이상 검사가 다투지 않는다면 언론에서 무조건적인 비난조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러한 부분에 검사의 역량이 분산되어 투입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은 있으나, 사회 기능적으로 볼 때 타당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검사가 항소하는 이유는 아주 많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검사가 항소하는 이유를 간략하게나마 말씀드린 이유는, 근거없이 검사가 항소하였으니 이에 대하여 대비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항소심에서 비싼 수임료를 요구하는 사무실들이 많아서 이 부분에 대하여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드리기 위함입니다.
물론 올려치기 될 수 있는 극소수의 사건들에 속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 그에 대한 법원의 양형을 고려해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간 사건인데 합의했으니 집행유예가 나왔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2심에서 법정 구속되는 경우 꽤 봤습니다.
형사 법정에 들어가면 누구나 그 엄숙함에 무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이 구속되지 않을까, 혹여나 예상보다 높은 형을 받게 되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되어 재판부에 잘 보이려고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무서움을 악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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