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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증거 제출에 관한 의뢰인과 눈치 싸움

by 지경공유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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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어떤 증거가 유리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법률 자문을 하든, 소송 수행을 하든 의뢰인과 가장 많이 대립하는 부분은 도대체 증거를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실제 사회 생활을 하면서, 혹은 가정에서도 누구나 고민해 보았던 지점일 것입니다.

어떤 관계에서나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때 내가 아는 것들 중 어디까지 어떤 증거를 들이대며(!)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판단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것 같습니다.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증거를 엄청 많이 가져다 줍니다.

정작 필요한 증거를 숨기고 가져다 주지 않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 보여주길 원하는 당연한 심리라서 변호사들도 이해하고 스스로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이 제출해주길 원하는 증거들이 혹시나 관련 사건에서 쓰인 것인지, 관련 사건에서는 다른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뢰인이 자신에게만 이 사건을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고, 특히 이해관계인이 많을수록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의뢰인이 가져오는 증거가 이리저리 쓰여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법원이 제시하는 증명이 필요한 사항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법원이 알아보기 쉽게 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근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자가 필터(?)를 거치는 부분도 있고, 의뢰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터지는 부분도 있고, 변호사가 한 사건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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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 관련 사건이 있는지 반드시 검색을 해봅니다. 

관련 사건에서 쟁점이 겹치는지, 겹치는 쟁점에서 어떠한 주장들을 했는지, 결론은 어떻게 내려졌는지 등을 모두 검색해서 맡고 있는 사건의 판단에 고려해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다보니 법원에서는 소송당사자들이 이것저것 제출한 것들을 종합하여 보면 모순덩어리인 주장과 증거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판결문에 '선해'라는 단어가 왕왕 등장하게 됩니다.

당사자가 주장하는 부분이 이랬다저랬다 해서 정확히 딱 하나의 뜻으로만 보기는 어려운데, 당사자가 주장할 법한 모든 가능성으로 놓고 판단해 준다는 의미로 법원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법원도 변호사가 업무가 바쁘다보니 미처 못 챙겨서, 혹은 당사자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서 주는대로 다 제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모순덩어리인 주장들이 나왔구나 하고 판단해 주는 경우입니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부터 변호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대부분 의뢰인들은 법률 상담을 거치면서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지금 이것이 제일 나에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그것만 마련해서 사건을 의뢰할 변호사를 찾아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의뢰인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그건 괜찮을 것입니다, 그건 제가 충분히 마무리 지은 부분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같은 부류의 이야기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누구나 예상하듯이 정말 슬프게도(?) 그 부분에서 보통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요.

 

법원에서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증거 제출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해 줍니다.

복잡한 소송일수록, 당사자가 안타까운 사연에 놓여 있을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주장은 자신의 판단대로 하여도 무방합니다.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대리인인 변호사니까요.

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마련하는 것을 자신의 판단으로 마무리할 경우 엄청난 위험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변호사들도 이 부분에서 실수할 경우 소송을 각오해야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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