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성묘, 유골.. 선조를 기리는 모습
예전에는 친척들끼리 모여서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형제들끼리 우애가 두터워 묘를 같은 곳에 쓰는 경우도 많았고요.
부모를 같은 곳에 모시기도 하였습니다.
세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점점 살던 마을을 떠나는 후손들이 많아지고 선산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겼죠.
지키는 사람이 없어지니 선산을 혼자 팔아먹고 어디론가 도망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나중에 이를 알고 선산을 포함한 종중 권리를 찾겠다고 소송을 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민법 제1008조의3(분묘 등의 승계)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그래서 제사를 모시는(주재하는) 사람에게는 제사에 필요한 제사용 재산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을 민법에 두었습니다.
한동안 이를 두고도 다툼이 많았습니다.
특히 1990년에 만들어진 이 조문은, 그 이후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제사만 모시면 부자가 되는 것이냐 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제사를 모시겠으니 제사용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소송도 줄을 이었습니다.
제사용 재산이 없는 집안의 경우는 어떨까요
제사용 재산이 없는 집들이 더 많습니다.
서로 제사를 모시지 않겠다는 자식들이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왔으면 상속 분쟁에서 조금 더 많은 재산을 가져갈 수 있게 법원이 배려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를 보면 아예 제사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죠.
어쨌든.. 후손 중 누가 제사를 모셔야 하는 지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가 이런 청구를 했을까 싶지만, 이미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그것도 2012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법원은 제사용 재산에 대한 문제도 없는데 단순히 누가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를 정해달라는 청구는 법원이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제사용 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그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서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법률상 이익이 있지만, 그러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와 무관하게 공동선조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종중 내에서 단순한 제사주재자의 자격에 관한 시비 또는 제사 절차를 진행할 때에 종중의 종원 중 누가 제사를 주재할 것인지 등과 관련하여 제사주재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음(대법원 판례 인용)
한 마디로 실제 누가 제사를 모셔야 하는지는 후손들이 알아서 정해야 한다는 의미죠.
배우자든 자식들이든 알아서 정해야지 법원에 들고 와서 정해달라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남편이 먼저 사망한 아내의 제사를 모시다가 나이가 너무 들어 자식들에게 제사를 지내라는 청구를 한다면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사를 강요하지 마라, 시대가 변했다 말이 많습니다.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애니메이션 코코 다들 아시죠
그 영화를 보면 집 안에 선조들의 사진을 모시고 기리는 장소가 있는 것을 보셨을텐데요.
전세계 어디에나 조상들을 기리는 방식은 다르지만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최근 봉안당에 봉안된 아버지의 유해(주검을 태우고 남은 뼛가루)를 넘겨달라는 청구에 관하여 대법원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식들 중 남녀 불문 최근친의 연장자가 그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유해도 소유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위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 귀속 문제와 같은 선상에서 판단한 것인데요.
이 판결에서 김선수 대법관의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일부를 인용하여 소개해드리면서 마무리합니다.
질문은 메일로 하여 주세요(주소는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와 영겁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 소외 1(아버지 - 인용자 주, 괄호 안 이하 동일)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원고들이나 피고 2 등(자식들과 어머니) 어느 한쪽에 독점되어야만 할 당위나 필요가 없고, 양쪽이 모두 기리고 추모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 인간은 주검을 수습하여 기리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망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의례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유대를 두터이 한다. ...구체적 사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법적 판단에 근거한 재판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공감과 배려에 근거한 화해에 의하여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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