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폭(학교폭력)에 대한 생각

얼마 전, 학폭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부모님과 상담을 했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가해 학생은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실제 그런 상황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형사사건으로 따지면 무죄 주장(정확한 비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을 한 것인데, 학교폭력은 학교 차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질 때부터 대응을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시점에서 위원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향후 이어질 행정 쟁송 절차를 대비하여 선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단계별로 수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상담에 임하셔야 합니다.

요즘 학교 폭력은 부모들이 학창시절 경험했던 결핍을 자신들의 자녀가 겪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더 어려운 문제로 진화한(!) 느낌입니다.

저는 학폭에 대한 상담을 하고 나면 부모들의 연령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재 부모들의 연령대를 보면 1990년대 학력고사를 거쳤거나 2000년 전후의 수능세대들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 당시에는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체벌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생들끼리 오늘은 안 맞고 지나갔다는 말을 마치 자랑처럼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싸우는 것도 뭐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 당시 부모 세대들은 산업화에 돈벌기 바쁜 시절이었고, 학생 수도 워낙 많았으며 한 집에 두 세명의 자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보면 학교 폭력이 나오지만 요즘의 학폭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입니다. 저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저 영화는 너무 심하다 싶었는데, 요즘 학폭은 폭력 자체의 강약 보다는 관심의 강약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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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명만 낳는 경우가 매우 많고, 부모 세대들이 학력 고사와 수능을 거치면서 본인들이 부모들이나 학교에서 느꼈던 좌절감이나 불안 요소들을 자신의 자녀가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청난 관심을 쏟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보니 녹음 녹화는 기본이고, 포렌식을 통해 각종 자료를 확보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폭이 어느 한 쪽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케이스도 형사사건이라면 무죄가 확실하지만 제 의뢰인에게는 별도의 조치가 내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뢰인들은 매우 분노하였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수긍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학폭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자료 확보 & 자신의 자녀에 대한 상대방 부모의 접근을 차단한 것을 우선하여야 합니다.

그 누구도 법률 문제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수업 중 자신이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제자 중 변호사 한 명을 부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신 적이 있습니다. 몇십 년 법조 경력이 있어도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학폭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자료 확보는 기본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녀가 안전하게 지내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 부모가 내 자녀에게 접근하여 진상을 파악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시의적절한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접근금지 가처분이나 형사 고소 등).

요즘 학생 세대가 부모가 되었을 때 학폭은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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